난 당시 귀신을 매우 보고 싶어 하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귀신보는 친구놈이랑 길을 걸을때 공사장이나 빈 집, 빈 건물만 보이면 "저기엔 귀신 있냐?"하면서 수시로 질문을 던졌고 그 친구는 '없어 없네' 이런식의 대답이 순환이었다당시에 구월 주공 아파트가 재개발 되기 전이었는데 아파트 단지가 매우 크고 오래되었었다
그 단지를 지나가는데 4층 집의 한 호수 하나가 유리가 다 깨져있었는데 되게 싸늘하고 스산해 보였다
그래서 난 그 친구한테 말했다
나: 야 저긴 어때?
친구:?
나:있어?
친구:있는것 같다
난 완전히 기뻤고 거기가서 귀신 좀 보자고 녀석 팔을 잡아당겼다
그러자 그 친구는 끌려가는 내내 부질없는 짓이라며 안갈려고 했지만 순수히 따라왔다
그 집 현관 앞에 도착하고 생각난것은 잠겨있으면 낭패라고 생각했다
근데 다행히 문이 안 잠겨져 있었다
안에 들어가보니 완전 쓰레기장이 따로 없었다 마치 대충 이사하고 쓰레기를 남겨두고 간 것 마냥 널부러져 있었다 그때 시간은 오후였는데 빛이 잘 들어와서 그렇게 잘 안 보이지는 않았다 되게 을씨년스럽기 했지만 별 다른건 없었다
나:귀신 있는거 맞아?
친구:응 어린 여자애 한명 있어..
나:안 보여...
친구:보이겠냐?
아무튼 그래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그 친구가 갑자기 날 막았다
조금 더 있다 나가자 기다리자고 나를 막았다
5분,10분도 아닌 무려 40여분동안이나 쓰잘데기 없는 대화와 휴대폰으로 문자질이나 하면서 겨우 시간을 때웠다
그리고 친구는 이제 나가자면 나를 재촉했다
그 집을 나와서 길을 걷는데 그 친구가 이유를 말해주었다
친구:그 집 창밖에서 그 꼬마애 아빠랑 엄마가 너 노려보고 있었어 자기 딸한테 해코지 하려는 줄 알고...
나:진짜? 왜 그걸 지금 말해?
친구:그때 그냥 나갔으면 걔네 부모들이 오해하고 너한테 달라 붙었을거니까 그리고 이말 하면 너는 오히러 잘됬다고 바로 나갔을거 아니야? 귀신 절대로 만만하게 보지마 잘못 붙으면 피곤해져...
아무튼 그랬는데 결국 귀신을 못봐서 아쉬운 날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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